협동조합 콘서트 8회, ‘협동할 때 더 커지는 지식’

2013-09-13 조회 : 2867댓글 : 0
  • 주최/주관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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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동조합으로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서울시와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총 10회로 진행하고 있는 협동조합 콘서트 협동조합 도시, 서울을 그리다행사는 협동조합으로 가능한 일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자 기획됐습니다.

지난 98일 진행된 8회는 이런 취지에 가장 잘 맞는 행사가 아니었나 십습니다. 협동조합이 아니고서는 상상하기도, 실행하기도 어려웠을 일들이 소개됐기 때문입니다.

 

 ‘협동할 때 더 커지는 지식: 지식·미디어 협동조합의 주제 아래 발표된 공정영화협동조합 모두를 위한 극장’(이하 모극장)과 전자책출판협동조합 롤링다이스’, 그리고 인문학협동조합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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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만원 세대청년 영화인들의 현실

 

 먼저, ‘모극장의 김남훈 이사는 모극장은 협동조합의 목적을 극장을 잡지 못한 콘텐츠(영화)를 위해 다양한 공간에서 관객이 주체가 되는 배급시장을 결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한국 영화 산업의 현황을 간략히 설명했습니다.

 “영화 하는 사람들 참 힘듭니다. 2012년 통계를 보면 법정 최저 인건비가 월 957000, 최저생계비가 월 453000원인데, 영화인들의 수입과 생계비는 이에 한참 못 미칩니다. 청년을 ‘88만원 세대라 하면, 청년 영화인들은 ‘45만원 세대라고 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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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극장과 배급사들이 이윤을 나눠 갖는 부율의 문제도 다소 개선되고, 영화인 노동조합도 생겨났지만 이런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데요. 김 이사는 거대 자본에서 투자를 받지 못한 영화들이 상영될 기회를 갖지 못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4’라고 부르는 거대 배급사를 통해 투자를 받지 못 한 영화가 전체의 70%에 달하는데, 이 영화들은 상영 기회를 잡기 어렵다 보니 열악한 상황에서 제작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공정한 영화 유통을 위한 실험

 

 이런 상황에서 자본의 독과점에서 벗어난 공정한 영화 유통을 할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으로 출발된 것이 모극장이라는 설명입니다.

 “영화 생산자에게 공정한 기회가 가기 위해서는 배급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상영 기회를 잡지 못 한 70%의 영화들도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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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방법은 배급망이 결성되면 투자를 받고 제작을 하는 방식입니다. 배급망을 결성한다는 것은 모극장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을 통해 일정 수의 인원이 영화를 본다는 전제 하에, ‘선구매식으로 영화 제작비를 투자한다는 뜻입니다.

 “일정 수의 관객이 확보된 영화라면 안정적인 상황에서 제작할 수 있고 제작비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극장입니다. 상영관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 영화계가 처한 어려움의 핵심인데, 이 협동조합이라고 해서 상영관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모극장의 대안은 비극장 상영입니다.

공간보다는 사람이 주목하는 것입니다. 사람만 일정하게 모이면 영화를 트는 것이죠. ‘모극장이라는 이름에 아무개 모()자를 쓰는 것도 영화는 누구나 볼 수 있고, 아무나 상영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노트북으로 영화 보는 랩탑영화제

 

 이런 맥락에서 모극장이 지난해 10월부터 해오고 있는 것이 랩탑’(노트북 컴퓨터) 영화제입니다. 영화 감독들이 노트북에 자기 영화를 가져와서 트는 식인데 단편영화 위주로 5회까지 진행한 결과,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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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밖에 꼭 극장이 아니라 서울의 다양한 공간들을 활용해서도 영화 상영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서울 시청 인근의 스페이스 노아’, 문래동의 정다방프로젝트’, ‘씽크투두’,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옆의 청년일자리허브 다목적홀등과 야외 공간인 공덕동 경의선부지의 늘장현장, 선유도공원 등입니다.

 

 김 이사는 각 공간이 가진 가치와 우리가 제공하는 영화의 가치가 만나서 하나의 새로운 관람의 경험, 재미 등이 전달될 것이라며 이렇게 상영되는 영화는 완성된 콘텐츠라기보다는 어떤 정보와 체험을 위한 매개 콘텐츠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관객이 주체가 되는 배급을 위해

 

 모극장과 같은 방식의 공정영화를 추구하는 움직임은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부산에는 갈매기극장이라는 이름으로 공정영화 협동조합이 준비 중이고, 전주, 제주, 인천, 익산 등에도 움직임이 있다면서 김 이사는 협동조합을 통해서라면 조합원이 영화 상영의 매개자이자 수요자, 주체가 되는 배급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모극장은 다양한 취향을 접하고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스터디 모임을 만들고, 마을영화 제작, 영상 미디어 교육 등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다중이해협동조합으로서 생산자, 직원, 자원봉사자, 후원, 회원 등의 다양한 조합원을 모으고 있다면서 관심을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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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발제한 롤링다이스의 제현주 대표는 지난 5월 출간된 책 그들은 왜 회사의 주인이 되었나’(마조리 켈리 지음·북돋움)의 옮긴이이기도 합니다.

 

문제의식이 아닌 사람에서 출발

 

 제 대표는 롤링다이스에 대해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일반적인 협동조합과 달리 우리는 사람에서 출발했다고 소개했습니다.

 2009년 가을부터 철학 공부 세미나를 하면서 매주 모여서 책을 읽고 공부하던 사람들이 삶의 다른 영역도 함께 하면 좋겠다”, “재미있고 즐거운 실험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논의 끝에 우리가 잘 알고 좋아하는 책을 만들자는 결론을 내렸는데, 출판 산업이 워낙 어려우니 자본 부담이 적은 전자책 출판을 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합니다.

 

 또한 구성원들은 인문·사회 분야의 문턱 낮은 책을 만들어 좋은 생각을 널리 알리자”, “우리가 그랬듯이 사람들이 함께 공부하고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도록 돕자등의 목적과 각자 현업과 병행하면서 2년 간 서로 합이 맞는지실험한 뒤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등에 뜻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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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면서 기업, 동시에 실험실

 

 롤링다이스는 9명이 함께 일하고 함께 출자하고 함께 경영하는 노동자(직원) 협동조합 방식으로 설립됐고, 개인사업자로 등록했다가 현재 협동조합으로 신청 절차를 밟는 중입니다. 제 대표는 지난 831일 창립총회를 했고, 한두 달 후면 공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프리랜서 형태의 생산자협동조합으로 가져갈 것 같은데, 기본 생각이나 원칙은 노동자협동조합에 가깝다고 설명했습니다.

 

 롤링다이스에게는 2012년에 세운 십계명’, 즉 운영 원칙이 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공동체이면서 기업, 동시에 실험실이다. 경제적 차원의 주요 목표는 지속가능성이다. 우리의 연대는 비판하는 연대다. 타협하고 양보한다. 주요 의사결정은 합의로 한다. 반쯤 열린 공동체다. 장인정신으로 일한다. 총책임자 접근법을 기본으로 한다. 현실과 공존하면서도 탈주한다. 사회 속의 롤링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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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 만에 전자책 10권 출판

 

 롤링다이스는 활동 개시 1년여 만에 10권의 전자책을 이미 출판했습니다. 지난해 8월 처음 출간한 진보야, 아직 지치지 마는 꽤 많이 팔렸고, 지난해 12월 대선 직후 수혜를 입기도 했습니다. 실용서인 불량헬스는 깜짝 놀랄 만큼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이에 힘입어 종이책 출간도 할 수 있었습니다. 제 대표는 전자책을 종이책으로 연결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지 못 했던 비즈니스 영역이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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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에는 사회적경제와 협동조합이 만나다라는 주제로 롤링펀나이트라는 행사를 열어 소통의 기회로 삼았고, 오는 10청년노동과 협동조합이라는 주제로 2회 롤링펀나이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 대표는 처음에 2년이라는 기한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어떤 목표를 달성한다기보다는 9명이 세상에서 흔히 설명되지 않는 조직의 모습을 갖추고, 경제적 용어로 설명되지 않는 목적과 가치를 지니면서 재미있게 지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조합원을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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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협동조합이 만나야 하는 이유

 

 마지막으로 소개된 협동조합은 인문학협동조합입니다. 지난 1월 준비위원회가 결성돼 최근 창립총회를 마쳤는데, 임태훈 미디어기획위원장은 이 이름을 붙일 때 고민도 많이 하고 싸우기도 많이 했다면서, “그럼에도 인문학협동조합이 붙을 수 있다, 붙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전했습니다.

 

 “창립총회 때 들은 이야기인데, 원래 대학은 협동조합으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중세에 앎을 전수하고 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각자가 출자해서 협동조합 형태로 대학을 만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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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 위원장은 인문학협동조합을 해야 하는 이유노동 때문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인문학에만 집중한다면 학회나 서클을 만들어도 되고, 그냥 결사를 해도 됩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연구 노동자의 노동도 노동이며, 공부도 노동이라는 것, 그 노동의 존엄과 가치가 정당하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200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대학이든 학술의 장이든 자본에 지배 속에서 분열 등을 앓고 있는 것 같다면서 거기서 인문학을 다시 뺏어 와야 하고, 앎과 삶과 노동이 공존하는 인문학의 본래 형태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의 대학 시스템은 어떤 생각을 하든, 사유를 하든, 아이디어를 내든, 그것이 논문이 되는지, 교수(수업)가 되는지, 두 가지 길로만 귀결됩니다. 어떤 종류의 앎은 설치미술처럼 표현돼야 할 것도 있고, 팟캐스트로 풀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런 시도들을 지금의 대학은 용납하지 않아요. 논문이 될 수 없는 인문학적 모든 시도를 복원하고, 교수가 되지 않아도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도구가 무엇인가. 우리는 그것을 협동조합이라고 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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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 연구 노동자의 기본 소득을 위해

 

 인문학협동조합은 시민강좌, 출판, 문화기획 등 사업 모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사과정 중인 학생, 수료생, 시간강사 등을 뜻하는 불안정 연구 노동자들이 기본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문학협동조합은 현재 70여명의 조합원이 합류해 있는, 다중이해관계 협동조합입니다. 임 위원장은 협동조합의 목표를 대학 바깥에서도 연구노동자의 노동을 자본화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든다”, “인문학 본연의 상상력과 태도를 회복하라”,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 및 협동조합들과 창조적인 협업을 구하고 곳곳의 지식공동체와 크고 작은 인문학 모임이 활발히 교통할 수 있는 공통의 장을 마련하라”, “서로 돕고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마음의 자세를 인문학협동조합에 마련하라등으로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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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3월쯤을 목표로 지식팔레트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임 위원장은 대학 밖의 인문학이 얼마나 활기차고 재미있는가를 대중들에게 보여줄 것이라며 연대와 만남, 합리적 경제활동과 상호부조의 힘으로 인문학협동조합은 나날이 흥미진진해질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어떻게 흥미진진해질 것인가

 

 발제에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역시나 많은 질문이 나왔습니다. 먼저 한 참석자는 인문학협동조합의 지식팔레트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흥미진진해질 것인가라고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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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 위원장은 인문학을 낯설게 발견하도록 뒤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게 풀이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며 충격요법을 위해 말을 아끼고 있다고만 답했습니다.

 

 롤링다이스에 대해서는 십계명총책임자 접근법에 대해 추가 설명을 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제 대표는 기업에서 일할 때는 각자 하는 일만 잘 하면 되고, 전체 그림에 대해 왈가왈부하면 주제 넘는 일이 된다면서 우리는 모두가 총책임자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이 분담돼 있기는 하지만 모든 일이 모두의 것이라고 여기면서 프로세스를 공유하고, 최종 결과물에 공동 책임을 진다는 것이라면서 우리 모두가 재미있게 일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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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문제는 수익모델, 지속가능성

 

 롤링다이스와 인문학협동조합에 대한 공통적인 질문으로, “각 조합원들이 현업이 있는데 어떻게 일을 병행하느냐라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제 대표는 “9명 조합원이 다 생업이 있지만 그 중 프리랜서들 주로 대외 업무와 코디네이션을 하고, 주말에 회의와 일을 한다면서 각자 하고 싶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고, 수익이 나긴 하지만 새로운 놀이와 일을 위해 적금 붓듯이 적립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임 위원장은 조합원 중에 석박사도 있고 별별 사람이 다 있는데, 꼭 인문학 전공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모든 형태의 노동자들과 연대해서 새롭게 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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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극장에게는 배급에 중점을 두더라도 나중에 제작자에게 대가를 지불하려면 수익모델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김 이사는 올해는 우리 취지에 공감해 주는 기관에게서 받은 많지 않은 돈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관객 2~3만 명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콘텐츠와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실험적인 상영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질의응답으로 해결되지 않은 의문점들은 행사가 끝나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풀려 가는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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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동조합 콘서트가 이제 2회밖에 남지 않았는데요. 다음 행사는 926일 오후 730분에 역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내 스페이스류에서 열립니다. ‘우리는 협동을 먹고 자란다: 먹을거리 협동조합의 주제로 협동조합형 카페 카페오공과 도시농업을 하는 씨앗들 협동조합’,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삶과 먹을거리 협동조합 끼니가 주인공입니다.

 

 많은 관심과 신청(http://www.wisdo.me/3158)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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