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공동체와 협동조합이 만나면? 6회 협동조합 콘서트 ‘마을에서 협동조합 하기’

2013-08-13 조회 : 4459댓글 : 0
  • 주최/주관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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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재미있게 일하는 단체이긴 한데, 협동조합에 맞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

 “그냥 지냈으면 친할 사람들이 이거 하는 바람에 덜 친해진 것 같기도 하고.”

 “협동조합 설립 신고요? 조합원이 하자면 하고, 아니면 굳이 할 생각 없고요. 협동조합은 천천히 만들고 오래 가는 게 중요하죠.”

 

 갈수록 태산입니다!

 지난 번 5회 때도 협동조합의 어려움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루더니 지난 88일 열린 6회 협동조합 콘서트 마을에서 협동조합 하기: 마을공동체 협동조합에서도 이런저런 어려움들이 토로됐습니다. 3가지 사례 발표의 공통된 키워드는 천천히, 신중하게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론이 아닌 실제 현실 속 협동조합을 만들어 가는 사례들이 하나둘 쌓여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마을에서 협동조합 하기

 

 5회에 이어 이번 행사도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위치한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스페이스류에서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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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협동조합사례에 해당하는 이번 발제는 마을방송 와보숑을 비롯한 성북구 마을협동조합들, 노원구 마을기업인 북카페 마을협동조합,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작구 협동조합 거리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첫 발제자인 성북마을방송 와보숑의 이소영 대표는 와보숑은 협동조합으로 맞을까요?”라는 질문부터 던졌습니다.

성북구 마을미디어문화교실에 참여한 주민들과, 독립영화 감독, 미디어 경력자들이 모여 만든 인터넷 방송인 와보숑은 할 일도 많고, 참여자들의 열정도 있고, 재미도 있는 단체지만 수익모델은 아직까지 찾지 못한 상태입니다. 때문에 협동조합 구성 회의는 3차까지 진행하고 현재는 중단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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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동조합이라는 짐(?)만 아니면 활동에는 거침이 없습니다. 격주로 10회 진행한 마을뉴스는 흔한 말로 대박을 쳤습니다. ‘모든 주민은 앵커라는 슬로건을 걸었더니 아기 업은 엄마, 중고교, 교사, 어르신 등이 너도나도 앵커에 자원해 오는 10월까지 예약이 꽉 찼습니다.

 

 지역민들이 살아가는 모습, 소소한 일상을 전하는 뉴스 내용에도 호응이 커서 우리 모임을 찍어 달라는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협동조합은 손을 잡은 것 같은, 느낌의 관계

 

 협동조합의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와보숑을 체험했거나 아는 주민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협동조합이 되면 조합원으로 가입하겠다는 비율이 80% 이상 나왔고, 조합비를 3~5만원, 많게는 10만원 내겠다는 응답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현혹되지 말고 이성을 찾아야 한다면서 한살림에서 펴낸 책 <지역을 살리는 협동조합 만들기 7단계>에 따르면 우리는 구체적인 수익구조와 사업계획을 찾으라7단계에 이르지 못 한 상태이므로 더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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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대표는 성북구의 다른 따끈따끈한마을 협동조합 사례도 전했는데요. 앞의 사례와 달리 순조롭게 진행되는 곳들입니다.

 

 지난해 성북구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시작된 성북동 아름다운사람들 협동조합은 지역 학부모 대상의 교사 과정 교육으로 큰 호응을 얻었고 지난 7월 협동조합 창립총회와 서울시 설립 신고 절차를 마쳤습니다.

 

 반찬 및 도시락 업체 웰빙수라간협동조합은 처음에는 동업수준을 벗어나지 못 했지만 협동조합 교육을 받으면서 서서히 틀을 갖춰 간 경우입니다. 지난 81일 성북구청에 협동조합 신고를 마쳤고, 현재는 지역 내에서 쌓은 네트워크를 토대로 도시락 사업을 잘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협동조합은, 손을 잡은 것처럼 느낌의 관계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말로 발제를 마무리했습니다.

 

감정적으로 시작하면 슬픈 이야기

 

 두 번째 발제자인 노원구 북카페 마을협동조합 정승진 이사는 제가 하려는 얘기는 슬픈 이야기라는 의외의 말로 운을 떼었습니다. 협동조합을 감정적으로하면 얼마나 어려울 수 있는지에 대한 사례를 공유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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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협동조합으로 출발해 2011노원골 사람들이라는 마을공동체를 만든 구성원들은 맥주 마시며 담소를 나누다가 마을 카페 해 볼까라는 아이디어를 끄집어냈습니다.

 평소 장난감 없는 키즈카페에 대한 필요성을 주고받던 구성원들은 노원구청의 마을기업 지원 사업을 통해 공간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접하자, ‘무엇에 홀린 듯북카페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합니다.

 

 28가구가 3000만원씩 출자를 했고, 운영위원회와 설명회, 임시총회를 거쳤는데, 북카페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될수록 격론이 오가기 시작했습니다. 목표와 지향점에 대한 갈등이 시작된 것이죠.

그런 과정을 거쳐 8명이 앉을 수 있는 좌식 공간과 주방으로 구성된 카페 공간은 완성됐지만, 이번에는 운영에 대한 시행착오가 이어졌습니다.

 

 돈이 부족해서 커피 기계를 싼 것으로 마련하고, 메뉴나 먹거리에도 신경을 많이 쓰지 못 했더니 맛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던 것입니다. 가격 책정도 쉽지 않아서 팥빙수며 쿠키는 많이 팔아도 수익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월 매출은 200여만 원 나오는데 수익은 거의 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운영 방향에 대한 의견 차이는 점점 심해졌습니다. 카페를 커뮤니티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여기는 구성원은 아이들이 시끄러럽게 놀아서 방해된다고 했고, 키즈카페의 목적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여기가 누구를 위한 공간이냐고 항의하게 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총회가 열려 공간의 목적과 수혜자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처음의 갈등이 다시 불거졌고, 운영진이 교체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정 이사는 꽤 오래 (공동육아) 협동조합을 했던 사람들인데도 새로운 것을 하는 과정에는 또다시 지난한 갈등이 있더라면서 이걸 안 했으면 친했을 텐데, 괜히 해서 안 친해지고라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경제적 필요에서 출발하지 않은 것이 혼란의 원인

 

 어쨌든 이 과정을 거치며 북카페는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그전에는 조합원 대관 중심이었던 운영이 이제는 일반 카페로의 사업에 집중하게 된 것입니다. 그 결과 일반 손님이 늘어나고, 영업 이익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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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반대급부로 커뮤니티 활동은 부진하게 된 것도 사실인데요. 정 이사는 우리 북카페 마을 협동조합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필요에서 출발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지원받을 기회가 있다고 해서 뭔가에 홀린 듯 시작해 빠져나가지 못 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 이사는 협동조합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일인지 생각해 보고 시작하라”, “마을 카페라면 커뮤니티 중심 운영이 좀 더 적절하다”, “카페는 흑자를 내기 어려우니 운영 방안을 고민해 보고 시작하라등의 조언을 남기며 슬픈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카페’, 함부로 하면 안 될 아이템

 

 마지막 발제는 앞의 두 발제보다는 성공 사례에 가까웠는데요, 동작구 협동조합 거리가 조성돼 온 과정을 유호근 희망동네(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 사무국장이 소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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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작구에서는 201012월 문을 연 마을카페 사이이옷’(1호점)을 시작으로 2호점 성대골 별난 목공소’, 3호점 우리동네 마을 상담센터’, 4호점 우리모여 청소년센터’, 5호점인 급십협동조합 노나매기까지 불과 2년여만에 5개의 마을+협동조합사례가 생겨났습니다.

 

 유 사무국장은 먼저 사이이옷이 만들어진 과정을 설명하면서 앞의 발제에서 나온 카페,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말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카페는 괜찮은 아이템이긴 하지만 만만하게 보고 덤비면 안 되는 것은 분명하다라는 것입니다.

 

 희망나눔은 2009년부터 협동조합 사업을 고민했습니다. 지역의 문제를 마을 중심으로 고민하다 보니, 동네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고, 참여할 수 없는 이유를 보니 사람들이 늘 이사를 다니고 있다는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5년이면 5명 중 4명이 이사를 다니고 있는 이유를 알아보니 첫째는 교육, 둘째는 직장, 셋째는 집 때문이었습니다.

 

 유 사무국장은 교육, 일자리, 경제가 해결되면 사람들이 떠나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했고, 이에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드는 방법으로 협동조합을 고만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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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과 리더십의 관계?

 

 그는 “2~3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동네에 관심이 없고 우리 동네는 안 돼요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3년 전 협동조합에 아무도 관심 없었는데 지금은 기대감과 상상의 여지가 생긴 것처럼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이죠.

 

 유 사무국장은 협동조합을 우리처럼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큰 무기라고 정의했습니다. 다만, ‘협동조합은 협동하는 조합이라는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협동을 고민하지 않고 정부 지원을 고민한다면 단언컨대 실패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희망나눔은 처음부터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 왔다고 합니다. 5호점까지 만드는 과정마다 필요한 만큼 주민들의 출자금을 모아서 해결해 왔다면서 사람이 이기적인 존재라지만 가치 있는 일에는 움직인다고 유 사무국장은 말합니다.

 

 “협동조합은 협동하는 기업입니다. 우리 안에 협동이 있어야 협동조합을 할 수 있습니다. 천천히 만들고 오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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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 사무국장은 또, “협동조합의 리더십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1호점 사이시옷카페를 운영하면서 비즈니스는 빠른 선택과 판단을 요구하기 때문에 때로는 위임, 위탁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몬드라곤도 호세 마리아 신부의 리더십이 있어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죠. 리더가 없으면 배가 산으로 갑니다. 조합원들은 리더십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협동해야 합니다.”

물론 1~2명이 권한을 독점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역할에 대한 명확한 합의와 견제장치에 대한 논의까지도 해 두어야 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아이템은 관계 속에서 필요를 건져 올리는 것

 

 2호점으로 목공소, 3호점으로 상담센터를 개설한 과정에 대해서는 있는 것을 자세히 보는 것이 상상력이라는 말로 대신했습니다. “우리 아이템은 관계성을 통해 필요를 건져 올리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때문에 힘들어한다면 그것이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희망동네는 내년까지 협동조합 10호점을 낸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꼭 협동조합 설립신고를 하는 방식은 아닌데요. 1~5호점 중에도 5호점만 협동조합 설립신고를 마친 상태입니다. 각각 조합원들이 원하는 사업체 형태로 가겠다는 것입니다.

 

 유 사무국장은 협동조합은 장밋빛은 아니지만, 어려운 시기에 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하고 싶은 것을 더불어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협동조합이라면서 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보조를 맞춰서 하면 재미난 협동조합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으로 소개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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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협동조합 카페들이 연대하고 협동할 수는 없겠느냐라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정 이사는 지역의 마을 카페들이 모여서 레시피를 공동 개발하고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현실은 우리 카페 안에서 일하기 바쁘다면서 그런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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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서 동작구 사례에 대해 주민들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유 사무국장은 협동은 언제 잘 되느냐면 내놓을 때 잘 된다면서 “6년 동안 희망동네는 적게 가져가기 위해 일 했고 그런 데 대한 신뢰가 힘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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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으로 6회 협동조합 콘서트는 마무리됐습니다. 다음은 오는 822협동으로 사는 재미 : 사회적협동조합순서로 결혼이주여성들로 구성된 카페오아시아’, 경력이 단절된 중·고령 여성의 재취업과 자활을 위한 도우누리’, 문화예술 사회적협동조합인 자바르떼의 사례가 소개됩니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며 협동하는 재미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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