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협동조합콘서트 ‘협동은 놀이다!:문화예술협동조합’이 개최되었습니다!

2013-07-24 조회 : 2729댓글 : 0
  • 주최/주관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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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공짜 좋아하고, 앞뒤 다르고,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프고, 남 잘 되면 깎아내리려 하고, 아무리 친해도 동업은 안 하잖습니까? 협동조합이 쉬울 리가 없죠.”

 “협동조합이란, 소소한 갈등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이랄까요?”

 “모든 조합원에게 모든 자유를 주면 굴러가지를 않습니다. 각자 맞는 역할을 맡아야 하지요. 조합원이 많아질수록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생깁니다.”

 

 서울특별시와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지난 5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협동조합 콘서트 <협동조합 도시, 서울을 그리다>는 호응이 큰 만큼 지적도 꽤 받고 있습니다.

 

  “정말 맘 맞는 사람 5명만 있으면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느냐”, “장밋빛 청사진만 무분별하게 뿌리고 있는 게 아니냐”, “소수의 잘 된 사례만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도움 되는 정보를 달라등등입니다.

아무래도 협동조합 자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알리는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부분들을 부각하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법 시행 이후 반년여가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현실적인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718일 저녁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내 스페이스류에서 열린 협동조합 콘서트 5번째 행사, <협동은 놀이다! 문화예술협동조합> 순서에서는 발제를 맡은 대표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하고, 목적과 사업, 운영 방식에 대해 함께 결정해 온 과정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풀어놓았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동조합을 해야 하는 이유도 분명했습니다. 그러기에 어려움 속에서도 협동조합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이겠죠?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자리라기보다는 앞서 간 사람들의 고민을 공유해볼 수 있었던 5회 협동조합 콘서트였습니다.

 

 또, 이날 행사는 협동조합 콘서트 중 처음으로 저희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공간에서 열렸습니다. 센터가 도심에서 다소 떨어진 녹번동에 위치해 있다 보니 서울시청에서 개최됐을 때보다 사람이 많지는 낳았는데요, 반면 분위기가 훨씬 밝고 따뜻했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마침 문화예술협동조합들의 발표 순서라 공연과 톡톡 튀는 발제들이 공간과 어우러져 다채로운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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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발제자인 문화예술협동조합 행복충전소의 김병호 대표는 가족극 전문 극단 즐거운사람들의 대표이기도 합니다. 1986년부터 연극계에 몸담은 김 대표는 당시 극단들이 동인제로 운영됐던 것이 협동조합 원리와 비슷하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단원들의 주인의식의 부족 등으로 중요 결정은 대표 1인에게 위임되고, 수익 결산도 투명하지 않은 등 한계가 많았다고 합니다. 1989년부터 10여 년간 연극 기획사를 운영했던 김 대표는 이탈리아, 노르웨이 등 해외 극단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어린이 연극의 가치와 중요성을 발견, 지금의 가족극 전문 극단을 만든 뒤 12년간 꾸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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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교류를 통해 김 대표가 크게 느꼈던 것도 동인제의 한계로 지적한 것과 관계가 큽니다. 예술가들이라고 해도 계약에 따른 관계, 돈을 주고받는 관계에서 각자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고, 수직적이거나 종속적인 구조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 일의 결과에 대해 좋든 나쁘든 책임도 명확하고, 분쟁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에 반해 국내 연극계, 예술계는 회계가 투명하지 않은데도 이를 제대로 따지지도 않고, 그결과가 나쁘면 그제서야 막연하게 남탓으로 돌리는 문화가 많다면서 김 대표는 협동조합 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는 공연예술 단체는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연극은 말 그대로 ‘협동’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해도 당장 창작자를 포함한 극단을 협동조합으로 만드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김 대표는 여러 단체의 대표들이 공동의 사업을 위해 연대를 구축한 뒤 단계적으로 사업을 펴 나가는 협동조합을 먼저 구상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가족극 전문 극단들 위주로 구성한 것이 행복충전소인 것입니다. 현재는 단체 조합원 11, 상근자 조합원 5, 후원 조합원 3명으로 구성돼 있고, 올해 안에 21명의 조합원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인과 향유자(관객), 후원자가 다 참여할 수 있으니 다자간 협동조합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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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충전소는 아직 정식으로 설립된 협동조합은 아니고, 이달(7) 안으로 설립 신고를 낼 예정입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해 나갈 사업은 공연 콘텐츠 유통, 해외 극단과의 교류 연계 등이고, 3년 후쯤에는 자체 공연 페스티벌 개최, 공연장비 유통 관리를, 3년쯤 더 후에는 공연장 위탁 관리, 공연콘텐츠 기획 제작 등까지 확장하는 것까지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모인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사고하면서, 스스로가 행복한 협동조합을 만들어 가겠다면서 남 탓만 안 하면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역시 문화예술협동조합인 다쿱(D’ACOOP), 여기 참여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위누의 허미호 대표가 나와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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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 대표는 현재 다쿱외에도 문래동 창작 집단의 작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대중들과 만나게 해 주기 위한 헬로우 문래라는 프로젝트 그룹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헬로우 문래도 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는데, 허 대표에 따르면 다쿱헬로우 문래가 지나온 과정이 확연히 달랐다고 합니다.

 

 ‘헬로우 문래는 확실한 사업 아이템도 가지고 있고, 지난해 9월부터 문래동에서 테스트 마켓을 열어왔을 만큼 실행력도 있고, 벌써 수익도 나고 있지만 아직 협동조합 구성을 하지 않았을 만큼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에 반해 시민 대상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사회적기업 또는 소셜 벤처 5곳이 연합한 다쿱은 지난 2월 의견을 모은 뒤 일사천리로 협동조합을 설립했다고 합니다.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고 정부 지원금 대상들만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예술 교육 프로그램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자는 등 5개 기업 대표들의 뜻이 맞으면서 2~3일 만에 거의 모든 구성이 끝났는데요,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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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이 사회적 기능에 맞춰야 하느냐?” “그게 진정한 예술이냐?” 등 같은 고민이 반복되면서 제 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작가가 아니라 IT 플랫폼 기업 출신인 허 대표는 예술적인 거대 담론이 나오면 무슨 얘기인지도 모르겠고, 늘 그 얘기가 그 얘기 같다고 푸념하기도 했습니다.

 

 합의가 될 때의 묘미가 있긴 하지만 모두가 뜻을 모아 합의에 이르는 과정은 너무나 힘들다면서 허 대표는 협동조합이란 소소한 갈등이 끊임없이 계속 되는 것이라는 나름의 정의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쳐 나갈지, 활동을 개시하기는 할지 아직은 미지수인 다쿱에 대한 설명을 마치며 허 대표는 참석자들에게 같이 고민해 주실래요?”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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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나온 자립음악생산조합의 단편선 운영위원은 지금까지 나온 협동조합 콘서트 발제자 중에서 가장 독특한 발제를 해 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객석에서 가장 큰 웃음이 나오기도 했고요. 그 독특한 말투와 웃음 코드를 글로 옮기지 못 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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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위원은 지난달 처녀라는 제목의 EP앨범(정규앨범과 싱글앨범의 중간)을 발표한 인디 뮤지션입니다. 이날 발제에 앞서 특별 공연을 해 주기도 하셨는데요. ‘이쪽에서 저쪽으로라는 곡을 연주하면서 제 앨범의 다른 노래들은 XX 시끄럽고 이 노래만 조용한 편입니다”, “지하 바닥에서만 연주하다가 이렇게 따뜻한 느낌의 공간에서 하려니 긴장이 되네요등 말로 웃음을 주었습니다.

 

 단 위원은 발제를 시작하자마자 청중에게 여기 왜 오셨나요? 협동조합 만들고 싶어서요? 협동조합 뭐, 친구들이랑 대충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요?”라는 도발(?)을 했는데요. 실제로 자립음악생산조합이 생겨난 과정이 그랬다는 설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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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철학과 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IMF 직후 사회에서 낙오된 젊은이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던 인디 음악은 단 위원이 열아홉 살이던 2004년만 해도 그런대로 굴러갔지만 지금은 관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인데요. 단 위원은 “2000년대 중반부터 망했다’, ‘망했다는 것의 정의는 월세를 못 낸다는 것이다라고 명쾌한 해석을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홍대 근처의 월세는 2000년대 중반에 비해 2.5배나 올랐고, 소규모 클럽, 연습장들은 사라져갔습니다. 이런 상황을 단 위원은 뻘짓할 공간이 없어진다는 것이고, 이는 뻘짓하는 과정에서 테크닉이 쌓여서 멋있는 뻘짓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사라진다는 것이라고 묘사(?)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몇몇 뮤지션들이 인지한 문제의식은 직접 소유한 물적 기반이 없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었습니다. 조합원들이 각자의 자율성을 가장 잘 발휘해서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합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활용하자는 데 뜻을 모으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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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3년 전 결성된 자립음악생산조합은 현재 200여명의 조합원 중에서 100명이 현직 뮤지션입니다. 대표적인 사업은 음반제작비를 1인당 50만원까지 대출해 주는 것입니다.

 

 이밖에 기타 이펙트, 믹싱 등 조합원 교육, 공연 기획 등을 하고 있으며 언젠가는 공연장을 공유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 위원은 자립음악생산조합의 차별성에 대해 낮은 추진력이라고 역시나 엉뚱한 대답을 했습니다. 조합원 각자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해 줄뿐 별다른 일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적자는 안 나고 돈을 벌긴 번다면서 앞으로 공인 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조합의 방향과 구성원 성격에 대해 고민을 더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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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동조합 콘서트마다 매회 그래왔듯 이번에도 많은 질문이 나왔습니다. 한 참석자는 자립음악생산조합현재 법적으로 협동조합은 금융업을 할 수 없는데 계속해서 음반 제작비 대출을 할 수 있겠느냐라고 물었습니다.

 단 위원은 그 부분에 대해 모색 중이라면서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희는 정관 규약이 다 있고 회원 200명에 총회도 정기적으로 여는 협동조합입니다. 그동안 법적으로 인정받을 방법이 없어 개인사업자로 등록했을 뿐입니다. 지난해 12월 기본법이 생기면서 방법이 생긴 것인데, 금융업 제한 등 문제가 있어 현재 협동조합 전환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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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원 강사 협동조합을 준비 중이라는 한 참석자는 어떤 기준으로 조합원을 받아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김 대표는 취지에 맞는 사람들로 구성하기 위해 조합비(1구좌 500만원) 기준을 높였다면서 정관에 기존 조합원의 동의가 있어야 신규 회원 가입이 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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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의 분위기 덕분인지 지금까지 중에 가장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던 5회 협동조합 콘서트는 이렇게 마무리됐습니다.

 

 다음 행사는 오는 88, 역시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내 스페이스류 공간에서 <마을에서 협동조합 하기>라는 주제로 진행됩니다.

 노원구 마을기업인 북카페 마을협동조합, 성북구 미디어 협동조합 와보숑TV’, 동작구가 추진하는 협동조합 거리에 대한 소개가 마련돼 있습니다. 참가 신청은 위즈돔(http://www.wisdo.me/2832) 으로, 070-8260-5200으로 해 주시면 됩니다.

 

 8월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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