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85만 동북4구, 사회적경제로 일 낸다!

2013-06-26 조회 : 5799댓글 : 0
  • 주최/주관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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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구매 교복 생산을 위한 봉제의류업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이 취약계층을 위해 함께 차리는 마을밥상’, ‘영세 기업의 물류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공동 물류 협동조합’, ‘사회적경제 공동 판매장,

 

 사회적경제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아이디어가 마구 쏟아졌습니다. “똘똘 뭉치고 힘을 합치면 뭐가 돼도 되겠다는 기대가 팽배했습니다. 의견을 나누는 동안에도 새로운 일거리 아이템들이 툭툭 불거져 나왔습니다.

지난 621일 서울 성북구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동북4구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청책토론회 Oh!합지존자리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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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청책토론회는 동북4구의 사회적경제 지원단들과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몇 달 동안 준비한 행사입니다. 5개 주체들이 힘을 합쳐 사회적경제의 지존이 되겠다는 꿈을 담은 제목이 ‘Oh!합지존인 것이죠.

 

 강북구, 노원구, 도봉구, 성북구의 동북4구는 사실, 서울 내 25개 자치구 중에서 경제활동 면에서 하위권에 위치하는 자치구들입니다. 재정자립도를 보면 노원이 25, 강북이 22, 도봉이 21, 성북이 18위 수준이지요. 인구 대비 일자리 비율, 월평균 소득은 서울시 평균에 훨씬 못 미치고, 타 지역으로의 출퇴근 비율은 높아 베드타운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반면 강점도 있습니다. 사회적경제 조직(사회적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 등)230여개에 이르고, 사회적경제 지원기관(강북구사회적경제지원단·노원사회적경제활성화추진단·도봉구사회적경제지원단·성북구사회적경제지원단)의 활동도 활발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동북4구의 인구를 합치면 185만 명에 달한다는 것도 큰 힘입니다. 대전시(152), 광주시(147)보다 많고 전라북도(187)와 비슷한, 자립적인 내수 시장도 충분히 가능한 규모인 것이죠. 이 점에 주목해 동북4구는 사회적경제를 통한 지역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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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회의 시작은 이런 취지를 표현한 퍼포먼스였는데요. 성북구에 위치한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인 극단 날으는 자동차단원들이 나와, “동북 4구가 뭔가를 해 보려고 하는데 잘 되지 않을 때, 시민이 나서서 해결해 준다는 주제의 짧은 연극을 보여줬습니다.

 

 첫 발제는 우승주 성북구사회적경제지원단장의, 전체 제안의 배경 설명에 해당되는 내용이었습니다. 우 단장은 사회적기업(고용노동부 인증) 1인당 연간 매출은 3000만원, 중소기업 연간 매출은 15000만원 선으로 차이가 난다고 현 상황을 짚은 뒤, 이는 이윤보다는 사회적가치,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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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경제 기업이 생산성을 높인다고 영리기업들처럼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 ‘새벽별 보고 출퇴근하기’, 이노베이션, 혁신, 이런 경쟁력 높이기 대열을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멋진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지속되지 못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동북 4구의 185만 주민, 사회적경제 종사자 2000, 230개 조직에 제안합니다. 열심히 혁신합시다. 열심히 영업하고 새로운 길을 찾읍시다. 다만, 서로의 언덕이 되어 주며, 진정성을 가지고 합시다.”

 

 우 단장은 참석자들에게 갖고싶다 185, 사랑해요 185, 함께해줘 185!”이라는 구호 제창을 제안해 함께 외치는 것으로 발제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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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서 본격적인 제안이 시작됐습니다. 이경주 강북구사회적경제지원단장은 교복, 사회적경제를 디자인하다!”라는 제목으로 교복 공동구매를 통한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 단장은 지난 6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바람직한 교복 공동구매 방식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교복은 개별 구매보다는 공동·일괄 구매가 타당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면서 교복 공동 구매를 위한 해법은 사회적경제라고 주장했습니다.

 

 동북4구는 제조업 중 봉제의류업 비중이 56.8%, 특히 강북구는 무려 70.6%에 달합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영세 하청구조, 일감의 불안정성, 인력(숙련공)의 부족, 자본 부족이라는 현실에 직면해 있지요. 이 단장은 지역에 기반한 소비의 선순환 구조 창출을 위해 보다 근본적인 정책과 전략이 요청된다며 공동구매 교복 생산 체계 구축을 그 해법으로 제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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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강북 지역에 결성돼 있는 봉제협동조합을 비롯해, 교복 공동 생산에 참여해 왔거나 동의하는 생산자들, 학부모와 학생, 지역사회와 함께 공동추진단을 결성하겠다는 것입니다.

 

 공동추진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공동 구매 및 생산의 기준과 원칙, 가격 등을 함께 정해 나가고, 한편으로 품질 인증과 지역브랜드화, 네트워크 구축 등을 수행한다는 구상입니다.

 

 이 단장은 지역사회, 자치단체와의 합의가 있다면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무상구매 즉, 공공조달(구매)도 가능할 것이며 앞으로 교복에 머물지 않고 지역 내 다양한 형태의 단체복(공무원 단체복 및 작업복, 경찰관 제복, 병원 환자복 등)과 실버의류 등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공동생산을 위한 작업장과 설비, 시설이 구축돼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작업장과 연계된 직업훈련센터 구축, 전문기술 인력 양성, 산학협력 또는 전문 디자인센터와 연계한 디자인개발지원 등을 위한 지원을 자치구와 서울시에 요청했습니다.

 

 이 단장은 우리 지역 학생들의 교복을 우리 지역 업체들이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소작농에게 땅이 생기는 것같은 효과이며 사회적가치에도 부합한다면서 관심과 참여, 지원을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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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발제는 백미선 노원사회적경제활성화추진단장의 먹을거리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제안이었습니다. 백 단장은 먹을거리 빈곤을 돈의 부족, 적절하지 못한 쇼핑시설, 음식과 건강에 대한 잘못된 정보, 운송 등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지 못 하는 데서 야기되는 빈곤의 상태라고 정의하고, ‘먹느냐 못 먹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정부의 전자급식카드(꿈나무카드)를 받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제대로 된 식사가 아니라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우유를 사 먹는 데 주로 사용한다는 점을 들면서 백 단장은 빈부격차는 먹을거리 빈곤 현상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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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 단장은 이 문제를 사회적경제 조직이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는데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이 연대해서 함께 마을 밥상을 만들어 먹거리 빈곤층에 제공하자는 구상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연대, 행정기관의 협조, 지역적 합의 등이 필요하므로 그 작업을 시작하자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노원구 공릉동 622번지(구 북부지법 검찰청 신관동)의 비어있는 건물을 공동급식센터로 조성하자는 제안도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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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한규호 도봉사회적경제지원단장은 희망택 사회적경제 물류 유통 협동조합을 소개하면서 동북4구 사회적경제 공동의 물류 체계 구성을 제안했습니다.

 

 영세 기업들에게 큰 부담인 유통, 물류를 공동의 협동조합이 담당함으로써, 비용 절감, 이윤 재투자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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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동북4구 내에 10개의 사회적경제 공동 판매장을 구성하자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지난 5월 중 2주간 도봉구 창동 하나로만트 내에 사회적경제 공동 판매장을 운영한 결과 56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사례를 제시하면서 지속적으로 운영하면 안정적 매출을 올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청책토론회의 본 순서라고 할 수 있는 자유발언시간이 이어졌는데요, 준비한 시간이 한참 초과될 만큼 열정적이고 구체적인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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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노원구에서 교복 매장을 운영하신다는 한 시민은 강북구에서 발표한 교복 공동구매 시스템 구축 제안에 대해 절묘한 타이밍이라고 평했습니다. 최근 교육부가 2015년도 신입생부터 최저가 입찰제를 통해 학교가 교복을 일괄 구매하도록 했기 때문이죠. 다만, “자활 단체나 장애인 복지 공장 생산품이 품질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어서 갈 길이 멀 것이라는 우려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적기업가를 꿈꾸는 주민이라고 밝힌 참석자는 토론회에 자리한 구청장들에게 시니어 플라자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데, 자원봉사활동 육성, 복지 협동 사업, 경로당 활성화 사업 등을 할 수 있는 건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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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까지 기업체에서 20년 근무하고 퇴직한 뒤 도봉구사회적기업지원단에서 교육을 받고 지난 3월 예비사회적기업에 취업했다는 시민은 4개월간 근무하면서 느낀 점이라며 사회적기업들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관리비와 홍보 마케팅 부분의 비용 및 전문인력이니 시와 자치구에서 이 부분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또, 성북구 주민이라고 밝힌 참석자는 노인 자살 문제가 심각한데 아파트 문화 개선이 필요하고, 독거노인들에 좀 더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시니어 패션쇼로 잘 알려진 사회적기업 뉴시니어라이프 고문이라고 소개한 조윤호씨는 사회적경제를 실험이라고 말하는데 이 실험의 성패는 중산층이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면서 중산층 참여 확대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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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 및 장애인 지원 서비스 관련 사회적기업에서 일한다는 장용빈씨는 정부의 취약계층 도시락 제공 사업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도시락과 밑반찬을 먹든 안 먹든 일방적으로 전달만 하는 방식은 문제라면서 지역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협력해서 대상자에게 맞는 도시락을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해 달라”, “사회복지 전달 체계가 종합적, 실질적 형태가 되도록 설계, 코디네이팅 해 달라는 요청을 전했습니다.

 

 이상의 발제와 발언이 계속되는 동안 박원순 서울시장은 수첩에 꼼꼼하게 기록을 하면서 경청하고 있었습니다. 발언 순서가 되자 먼저 박 시장은 곁에 자리했던 박경수 강북구청장, 김성환 노원구청장, 이동진 도봉구청장, 김영배 성북구청장을 불러내 청중에게 다 같이 인사를 하자면서 구청끼리 협력하기가 쉽지 않은데 여기 네 분은 진짜 형제 같다는 덕담을 건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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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서 박 시장은 수첩을 펴 들고 구체적이고 상세한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교복 문제는 교육청하고 조금만 얘기하면 잘 풀릴 것 같습니다. 제안을 좀 더 정리해 오시면 교육감님과 얘기해 협력하도록 하겠습니다.”

 “봉제의류업체들이 협동조합을 만든다면 공무원들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셔츠를 만들어서 시청 지하에 놓고 파는 것도 좋겠습니다. 영세 봉제 산업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인데 조금 더 고민해 주십시오.”

  꿈나무카드 문제는 제가 잘 몰랐습니다. 아이들이 아무거나 사 먹게 되면 충치도 생기고 영양 불균형도 생길 텐데, 카드로 주기보다는 이를 고민하는 사회적기업이 있으면 그쪽을 통해서 지원하는 게 좋겠습니다. 대안을 가져와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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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기업들이 좀 더 담대한 사업계획을 세우고 도전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놀토프로그램에도 사회적기업들이 할 일이 많습니다. 도대체 일거리 없다는 말을 누가 합니까? 이렇게 많은데.(웃음)”

 “시니어 플라자 말씀하신 분이 있는데, 은평구의 인생이모작지원센터가 그런 역할을 합니다. 올해 시범사업을 해 보고 좋으면 내년에 곳곳에 퍼트릴 것인데, 4개 구청에서 특히 관심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주거 협동조합도 중요합니다. 뉴타운이 해지되는 경우, 노후화된 집들을 수리하면서 난개발될 위험이 또 생깁니다. 이를 10가구, 혹은 100가구가 힘을 합쳐 새로운 주거 형태를 만들면 그게 주거 협동조합이지요. 이미 좋은 사례들이 있습니다.”

 “주거 협동조합 등 일을 하려면 중요한 게 융자 시스템입니다. 최근 우리은행 행장님 만나서 얘기했더니 그런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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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복지 체계를 수정, 개혁해야 한다는 말씀 아주 소중한 지적이었습니다. 도시락 사업은 받는 입장에서 해야 합니다. 일본에 가니 주부들로 이뤄진 복지 생협이 부가적 서비스까지 하는데, 이런 게 필요합니다.”

 “강남북 격차 얘기가 있지만 똑같이 만드는 게 아니라 좀 다른 동북4구로 만들면 어떤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화려하고 높은 고층 건물이 있다고 행복한 게 아니니까요. 동북4구는 새로운 대안이 있는 곳입니다. 사회적경제가 활발한 지역은 삶의 질이 높아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구청장님과 상의해서 열심히 지원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주인공입니다.”

 

 열정적으로 의견을 전한 뒤 다음 일정으로 바삐 자리를 뜬 박 시장에 이어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이은애 센터장이 마무리 인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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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행사가 반가웠던 게, 구별 청책 토론회에 비해 동북4구는 좀 더 협력, 호혜의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서입니다. 동북4구가 협동의 경험으로 다른 지역까지 활동의 폭을 열어 주시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오늘 나온 이야기 중 공간에 대한 고민은 서울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통해 가능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공간 설계와 사용 방법에 대해서도 더 고민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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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2시간여에 걸친 행사가 마무리됐습니다. 이 날의 계획과 포부가 현실로 이어져 곧 그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도 열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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