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도시 서울을 그리다, 첫 토크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서울시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주최하는 협동조합 토크 콘서트,
<협동조합 도시 서울을 그리다> 첫 행사가 지난 5월30일 오후 7시30분부터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열렸습니다.
첫 번째 자리인데다 유료(1인 3000원)행사였는데도 준비한 200좌석이 꽉 차고도 보조좌석이 필요했을 만큼 많은 분들이 와 주셨습니다. 참석자들의 열의도 대단해서 질의응답만 1시간이 넘게 진행됐습니다.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협동조합, 서울에 부는 산들바람’이라는 부제로 진행된 이날 토크 콘서트에는 서울시 사회적경제과 김태희 과장, 《우리 협동조합 만들자》의 공저자인 김성오 한국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 이사장, 《협동조합 참 좋다》의 공저자인 차형석 시사인 기자가 발제자로 나와 협동조합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했습니다. 각 발제의 주요 부분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봤습니다.
김태희 과장은 먼저 “100여분 참석을 예상했는데 두 배가 넘게 오셨다”면서 “다음에는 장소를 좀 더 콘서트 분위기 나는 곳으로 옮겨 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김 과장이 “오늘 이 자리는 실무적인 설명을 드리려는 목적이 아니고, 왜 협동조합이 필요한지를 설명하려는 것”이라고 발제를 시작하자, 참석자들 사이에는 실망하는 기색도 있었습니다. 설립 절차와 서울시의 지원 정책 등이 가장 궁금한 것이 사실이니까요.
그러나 김 과장이 ‘협동조합의 가치’를 더 강조하고자 한 데는 이유가 있어 보였습니다. “협동조합을 설립하신 분들께 물었더니 90%가 관련 교육을 받아 보지 못하셨더군요. 협동조합이 많이 생긴다고 능사가 아닌데,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과거 ‘IT 벤처 붐’ 때처럼 우수수 생겼다가 없어져서는 안 될 텐데요.”
김 과장은 협동조합을 하기 위해서는 “자본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경쟁에서 협동으로, 개인에서 공동체로 가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말만 들어왔지 협동을 배우지 못 했습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 속 고속성장 모델은 이미 한계에 부닥쳤지요. 소득격차, 양극화, 중산층 몰락 등, 산적한 사회 문제들을 어떻게 풀까, 고민하던 사람들이 협동조합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궁금증 하나. “서울시가 10년간 협동조합 8000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전 언론에 대서특필됐는데, “많이 생긴다고 능사가 아니다”라는 말씀은 무엇인지? 김 과장은 이에 대해 난색을 표하며 “8000개라는 숫자는 잊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협동조합이 잘 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질 경우 10년 후의 숫자를 예측한 것이지 인위적 목표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김 과장은 ‘체계적인 종합 지원’, ‘생태계 조성’, ‘전략분야 활성화 추진’, ‘협동의 가치 확산’, ‘홍보체계 마련’ 등 서울시의 정책 방향을 설명했습니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역할 및 사업도 소개했습니다. 특히 공동육아, 돌봄, 보건의료, 주택, 전통상인 및 소상공인, 베이비부머, 비정규직 노동자 등 7대 전략분야 협동조합 설립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협력관계를 깨트리면 다 망하는 것이 협동조합입니다. 모든 집이 1마리씩만 양을 키워야 지속 가능한 목초지에서
한 집이 몰래 2마리를 키우면, 다른 집도 다 1마리씩 더 키우고 결국 그 목초지는 황폐해집니다. 이 점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1990년대부터 20여 년을 협동조합 분야에 몸담아 왔다는 김성오 이사장은 협동조합에 대해 “이제 아주 보편적인 기업 형태”라고 말했습니다.
기존에는 사업하려면 개인사업자이거나 주식회사를 만들거나(회사법인 중 주식회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으므로) 둘 중 하나였는데, 이제 한 가지가 더 생긴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를 “굉장히 큰 변화”라면서 “전 세계에 그런 나라가 별로 없다. 유럽과 미국의 몇몇 주, 캐나다 정도이고 일본은 지난 30년간 이를 위해 싸워 왔는데 안 됐다”고 전했습니다.
이어서 주식회사와 협동조합(직원 협동조합)을 커피전문점이라는 쉬운 예로 설명했습니다.
“청년 10명이 일하는 커피숍이 있다고 칩시다. 1명은 주인이죠. 커피숍 창업에 대략 5억 원 정도 든다니 이 돈을 아버지에게 타낼 정도의 부잣집 아들이어야 할 겁니다. 나머지 9명은 시급 4000원 정도의 아르바이트 직원입니다. 카페가 잘 돼서 제 궤도에 오르면 월 3000만 원 정도 이익이 날 겁니다. 이 대부분은 주인 혼자 가지게 되죠.”
이번에는 직원 협동조합 형태의 커피숍입니다. “청년 10명이 커피숍을 내기로 했다면 각각 5000만원씩 마련하면 됩니다. 부자가 아니어도 가능하죠. 그리고 자기들이 직접 일을 합니다. 겉으로 볼 때는 위와 비슷하지만 고용의 성격과 질이 다릅니다.”
주식회사인 경우에도 청년 몇 명이 동업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지만, 돈을 많이 벌수록 대표이사인 청년 한 명이 친구의 주식을 인수해 권력을 독점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설명입니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도 그런 식이었다는 것이죠.
문제는 망할 경우입니다. 앞의 예에서 부잣집 아들은 아버지에게 한 번 호되게 혼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김 이사장은 “그러므로 협동조합은 개인 창업이나 주식회사보다 더 신중하게, 2~3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준비 안 하고 시작하면 3년 안에 다 망한다고 자신(?)했습니다.
이어서 협동조합 설립의 주의할 점을 전했습니다. 즉, “협동조합은 동업, 그것도 노골적인 동업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동업은 이미지가 좋지 않지요. ‘아비 자식 간에도 동업은 하지 말라’, ‘친한 친구를 잃기 싫으면 동업 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동업계약서를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아버지보고, 친구끼리 동업계약서 쓰자고 하기 어려운 것이죠. 그래서 망합니다. 장사가 잘 될수록 망합니다.”
김 이사장은 다시, “협동조합은 동업계약서를 쓰는 동업”이라고 정의합니다. 그것도 ‘150년 된 구체적이고 세세한 동업계약서’라고 말하는데요, 이는 바로 협동조합의 ‘정관과 규약’입니다. 김 이사장은 “최근 설립된 협동조합 중에 규약 만든 곳을 거의 못 봤는데, 내년쯤 깨진다고 100% 자신한다”고 일갈했습니다.
아울러 김 이사장은 “협동조합 간 협동을 추구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위의 두 가지 커피숍 중에서 협동조합 형태가 더 잘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 이유는 앞의 것은 주인 1명의 인맥만 동원되지만 뒤의 것은 10명 조합원의 인맥이 총동원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또, 인근의 협동조합 조합원들은 거의 이 카페를 이용할 것이라는데, 이는 ‘협동조합의 7원칙’ 중 6번째가 ‘협동조합 간 협동’이기 때문입니다.
이밖에도 김 이사장은 “정부 지원부터 찾는 협동조합은 잘 될 수가 없다”, “현재 들어오는 설립 문의 중 50%는 협동조합으로 작동되기 어려운 모델이다” 등 딱 부러지는 해석을 주로 내놨는데요, 여기 섭섭함을 드러내는 참석자도 있었습니다. “협동조합도 일반 사업처럼 수익성을 다 따진 뒤에야 설립할 수 있다면 나은 점이 무엇이냐”는 것이었습니다.
김 이사장은 “협동조합도 설립 후에는 시장경제, 일반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면서 “망하고 나면 협동도 할 수 없는 것이니 수익모델이 확실치 않다면 더 준비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차형석 기자는 책 <협동조합 참 좋다>를 쓰기 위해 돌아봤던 유럽과 캐나다 등 여러 나라의 협동조합 사례를 전했습
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이탈리아 볼로냐로 인구가 17만 명인데 협동조합이 400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였습니다. 볼로냐 시민들에게 “왜 생활협동조합(코프)에서 물건을 사느냐”고 질문하면 ‘당연한 것을 왜 묻지?’라는 반응이었다면서 “이들에게 협동조합은 생활 그 자체였다”고 말했습니다.
또 건설협동조합, 급식협동조합, 보육교사, 돌봄서비스 등 5개 부문 협동조합의 컨소시엄인 ‘카라박(KARABAK)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보육시설 ‘라 치코냐(Na Cicogna)’를 바람직한 예로 설명했습니다. 이 카라박 프로젝트는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네트워크 활성화 사업’의 모델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밖에도 지역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스위스의 ‘미그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금지된 금융권 협동조합인 네덜란드 ‘리보뱅크’와 캐나다 ‘데자르뎅’도 설명했습니다.
차 기자는 “카라박 등을 보면서 협동조합은 사회적 약자들이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만든 결사체라고 이해했다”면서 “한국에서도 문화 사회 경제적 욕구를 협동조합으로 푸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발제를 마친 후 많은 질문이 쏟아졌는데요. 그 중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한 참석자가 “협동조합이 해산할 경우 책임 범위는 어떻게 되느냐”고 질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성오 이사장은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르면 유한책임으로, 출자한 돈 범위 내에서 책임지면 된다”고 답했습니다. 단, 은행 등에서 차입(대출)을 할 때 보증을 섰을 경우는 그 금액에 대해 보증한 사람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김 이사장은 “그래서 보증을 이사장 등 1인에게 서게 하는 것은 협동조합 원리에 맞지 않다”면서 “규약 상에 조합원과 임원 다수가 분할보증을 하도록 정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은행도 돈을 빌려 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협동조합 토크 콘서트는 오는 6월 13일 2회 행사인 <협동이 살 길: 청년과 은퇴자 조합>으으로 이어집니다. ‘토닥토닥협동조합’, ‘도시양봉협동조합’, ‘서울은퇴자협동조합’의 사례가 구체적으로 소개됩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참가 접수는 공지사항( http://sehub3553.cafe24.com/se4_1/2886 )을 참조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