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보도자료] “사회적경제에도 양극화 존재해…신규 기업들에 사업 기회 주고파”
작년 사회연대경제(사회적경제)는 한마디로 위기의 해였다. 대표적인 이슈는 ‘2024년 사회연대경제(사회적경제) 예산 삭감’과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구조조정’. (관련 기사: [연말기획] 2023 라이프인 키워드 ‘컷(CUT)’…예산도 조직도 없어졌다고?)
기재부가 협동조합 관련 예산을, 노동부가 사회적기업 관련 예산을, 행안부가 마을기업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여러 다른 부처에서는 사회연대경제(사회적경제) 관련 예산 및 사업이 아예 없어졌다. 이에 전국 사회연대경제(사회적경제) 관련 단체들은 연합해 ‘사회적경제 예산 원상복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국회 앞에서 사회연대경제(사회적경제) 예산을 복구하라는 시위를 벌였다.
서울시는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를 하나로 통폐합하면서 기존 직원들을 6명만 남기고 정리해고했다. 이는 ‘서울시 민간위탁관리지침’과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운영 사무의 민간위탁 동의안’ 내용에 어긋나는 구조조정이었기에 직원들은 서울시에 대항했다.
어지러운 분위기 가운데 올해 1월 서울시사회적경지원센터(이하 센터)는 새로 꾸려졌으나 센터는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2/4분기인 4월이 되어서야 센터는 센터장을 장능인 센터장으로 확정 짓고 사회연대경제(사회적경제)기업을 초대해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관련 기사: 장능인 서사경센터장 “사경이 정부에 의존하는 부분 바꿀 거야”)
새 선장 장능인 센터장은 사회연대경제(사회적경제)라는 바다에서 어떤 방향으로 배를 몰아갈까? 라이프인이 장 센터장을 만나 그는 어떤 사람인지, 새로운 센터는 어떤 사업 목표와 방향을 가지고 있는지 묻고 들어봤다.
이하 장능인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과의 일문일답.
Q. 센터장이 되면서 특히 추진하고 싶었던 사업은 무엇인가?
그동안 서울사경센터가 양적 성장에 관심을 가졌다면 이제는 질적 성장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래서 사회적경제 우수기업 15곳을 선정해 컨설팅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판로지원도 공공판로 쪽으로 치우쳐져 있었는데 이제는 사회적경제 기업 제품을 쿠팡, 위메프 등 민간 플랫폼에 진입시켜 시장경쟁력을 입증하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높이고자 한다.
Q. 작년 사회연대경제 이슈는 ‘올해 예산 삭감’이었다. 정부가 사회연대경제 예산을 삭감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또한 사회연대경제 현장 종사자들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국회 앞에서 시위하는 등 예산 삭감에 대한 원상복구를 요구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장이라고 한다면 기업과 중간지원조직으로 나뉠 것 같다. 기업 측면에서 취약계층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일자리창출사업 관련 예산이 삭감된 것에는 유감이다. 정부도 이에 대해선 재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중간지원조직은 그동안 주객전도된 면이 있었다.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 기업은 실제 현장에서 직원 3명으로 겨우 생존하는데 중간지원조직은 직원 수가 수십 명이었다. 중간지원조직이 기업을 지원해줘야 하는데 상급 관청 같은 모습이었다. 비대하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된 면이 분명히 있었기에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정부도 이를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Q.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가 통합되면서 직원 대상 구조조정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론 그것만 보면 아쉬움이 있지만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사회적경제 내 기득권화다. 현장에선 수천수만 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간지원조직보다 현장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Q.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은 국회 19대부터 21대까지 발의됐으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계속 폐기됐다. 햇수로는 10년 이상이다. 센터장은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지금까지의 기본법은 사회적경제 기업 제품을 강제로 공공구매하게 하는 등 방향이 잘못됐다. 이는 좀비기업을 양산하는 악법이다. 그래서 여야합의가 안 되는 것이다. 사회적경제가 시장에서 살아남으면서 취약계층 고용, 사회적 가치 창출 등 국가 복지 영역 중 일부를 대체해야 의미가 있다. 이런 부분을 잘 담아 법안을 재설계하고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Q. 센터장은 맨 처음 사회연대경제에 어떻게 관심 갖게 됐나?
대학생 때 ‘무함마드 유누스’가 쓴 ‘가난 없는 세상을 위하여’라는 책을 읽고 사회적기업의 존재를 알게 됐다. 대학교 1학년생일 때 과외를 많이 해보면서 ‘부모의 소득에 의해 청소년들의 교육 기회뿐 아니라 꿈의 크기도 제한되는 구나’라고 느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교육 분야 사회적기업으로 ‘미담장학회’를 2009년 창업했고 2013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학원을 다니기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주말에 무료 교육봉사를 하고 방과 후 학교도 열었다. 수학, 과학 등 일반교과목부터 코딩 교육, 자유학기제에 맞는 과학기술 연구실 탐방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이후 대전사회적기업협의회장, 대한민국사회적기업중앙협회장 등을 거치면서 사회적경제 생태계 혁신에 관심 갖게 됐다.
Q. 사회연대경제가 제일 추구해야할 가치를 단어 두세 개로 표현한다면?
(사회적경제가) 사회적 가치도 창출해야 하고 경제적 가치도 창출해야 해서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것이라 쉬운 일이 아니다. 복잡한 일을 복잡한 방법으로 풀기 때문에 ‘혁신’이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Disruptive Innovation(와해성 혁신: 이전에 전혀 볼 수 없던 기능 및 내용으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거나 기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혁신)’이 사회적경제와 혁신의 만남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열쇳말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하나 들면, 아날로그 카메라가 고도화되고 비싸지면서 돈 없는 청년들이 사용하게 된 것이 디지털 카메라다. 디지털카메라는 화질이 안 좋았지만 가격이 저렴했고 사진을 싸이월드 같은 개인 SNS에 올리는 등 범용성이 좋았다. 청년들이 디지털카메라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디지털카메라가 주류가 돼 기술도 좋아지고 그 후엔 휴대폰카메라로 이어져 요즘은 훨씬 더 싼 가격에 좋은 기술을 쓰게 됐다. 이처럼 극빈층 사람들의 경제적 접근성과 구매력 향상 등을 추구하다보면 결국 시장 수요가 생기고 그에 따라 관련 제품의 혁신과 공급이 일어나게 된다.
또 하나는 ‘소셜 미션’이다. 소셜 미션이 포장지처럼 되지 않도록 사회연대경제인들이 본질적으로 어떤 사회문제를 해결할 건지 돌아보면 좋겠다.
Q.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통합 및 개편되고 센터장 취임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어떻게 센터장으로 취임하게 됐나?
센터장으로 확정된 분이 계셨는데 스스로 물러나시고 센터장직이 다시 공석이 됐을 때, 센터 수탁기관 미담장학회의 상임이사로서 센터를 잘 운영하기 위해 센터장 역할을 자임했다. 모집공고에 직접 지원하진 않았다. 여러 가지 변화를 원하는 목소리가 많이 들려 ‘일모도원(日暮途遠,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뜻으로, 할 일은 많지만 시간이 없음을 비유하는 말)’이라는 말을 마음에 품고 센터장으로서 열심히 일해보고자 한다.
Q. 어떤 목소리들이 있었나?
자원 배분이 독점적 혹은 배타적이라는 의견들이었다. 센터가 사업을 열면 신규 기업들은 기득권을 가진 기존 기업들이 선정될 거라며 지레 겁을 먹더라. 사회적경제에도 양극화가 존재한다. 이전 사업에 선정된 기업이 계속 사업을 받고 지인이 없는 신규 기업은 사업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새 센터는 그런 신규 청년 기업가들을 발굴해서 사업의 기회를 주고 싶다.
Q. 사회연대경제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회적경제는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중요시하는데 나는 그동안의 사회적경제 거버넌스는 민주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운영됐다는 데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이에 공감하는 분들도 꽤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새로 사회적경제에 진입하고자하는 기업인, 사회에서 그늘진 곳에 있는 분들과 온기를 나누고자하는 청년들, 역경을 딛고 다시 한 번 도약하고자 하는 시민들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놓고 자원을 같이 공유하자는 취지로 일하고 있다. 과거 모습처럼 독점적으로 가지 않고 함께 가겠다.
출처: 라이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