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5학년 담임으로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아직도 아이들을 처음 만난 그날을 잊지 못한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아이들보다 내가 더욱 떨렸을 것이다. 개학 첫날 부임 교사로 강단 앞에 나가 인사를 하는데, 떨림과 함께 그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뭉클한 느낌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명감이었던 것 같다. 교사로서 학급 경영과 교육이 아이들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잘해야겠다는 목적의식이 생겼다. 그렇게 그날 이후 5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며, 약 1년의 시간을 아이들과 어울리며 잊을 수 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가온 이듬해 2월 겨울 차가운 바람이 부는 날.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대에 입소했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은 종종 군대에서의 시간을 “버렸다”는 표현으로 빗대어 많이들 표현한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인생에 있어 정말 귀중한 시간이었다. 군 입대 전에는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이 군 입대를 통해 잠시 멈추었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복기할 수 있는 시간과 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주었다.